퇴원 후, 1주일이 흘렀다.
퇴원 당일 ~ 월요일까지는 수술부위가 꽤나 아팠다. 정말 흉강경으로 들어가 몸 속을 꼬집는듯한 아픔을 느꼈다고 해야하나...
덕분에 마약성 진통제를 받아서 먹었다.
수술 하고 나서는 울트라셋이라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받았으나, 퇴원날 몸 상태가 안좋아져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약으로 받았다.
성분은 코데인이니, 기침약으로 처방받는 코데날과 크게 차이가 없다지만, 여기에 해열진통제를 섞은 그런 진통제였다.
마약성 진통제의 성향이 그렇듯 이 녀석도 먹으면 변비가 온다. 그래서 함께 처방받은 변비약도 간간히 먹어야 한다.
수술 후, 퇴원날까지 변비로 개고생했다가, 퇴원 후, 집에서 모든걸 내려놓는데, 죽다 살아났다.
수술 후 동네 정형외과에서 소독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해서, 화요일 토요일 두차례 수술부위 소독을 받았다.
크게 나빠지지도 않고, 잘 아물었다는 의견을 받고, 외래가 예약된 월요일에 병원에 다시 들렀다.
월 월 월....
후리스엔 저 스티커를 붙이면 안될 것 같다. 저 스티커가 보기보다 강해서 후리스 털도 뜯겨 나가는 줄 알았다.
4층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6층 흉부외과로...
9시 30분 예약인데, 40분 전 엑스레이 촬영을 마쳐달라는 이야기를 받고, 부랴부랴 엑스레이를 찍었다.
엑스레이 촬영실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뽑았는데, 흉부외과에서 전화가 왔다. 촬영을 했는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지금 촬영하려고 하는데요...)라고 하자 네~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모든 환자들에게 전화를 다 걸었던 모양이나보다.
그리고 9시 30분 환자인데, 어째 환자 순서로는 3번째 환자로 진료를 보게 되었다. (어?)
첫번째, 두번째 환자의 상담은 꽤나 길었다.
환자 당 10분정도의 이야기를 하신 것 같은데....
그리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수술 부위 한 번 보자."
"옳지, 그래 오늘 실밥 뽑고, 다음 달에 사진 한 번 찍어 보자."
"네? 다음 달에요?"
"ㅇㅇ, 다음 달에 수술이 잘 되었는지 추적 관찰하게. 아 그리고 물혹이니까 괜찮아. 다음달에 보자."
"네...."
앞선 두 양반의 10분 넘는 진료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진료 시간...
나오고 나니, 대기실은 환자와 보호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처치실로 들어가서, 드디어 실밥을 다 뽑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스테이플러로 고정한 곳만 제거할꺼고, 실로 꿰맨 상처는 아직 덜 봉합되어서, 이번 금요일에 동네 정형외과 가서 실밥 제거하세요.
샤워는 실밥 제거하고 그 다음날 부터 가능하구요. 목욕탕은 한 달 뒤부터 들어갈 수 있고, 비행기는 2달동안 못타요."
"네"
그리고 스테이플러로 박은 곳의 스테이플러를 뽑기 시작했다.
어? 생각보다 아프다. 따끔이긴 한데, 약간 욱신한 따끔함을 선물해줬다.
스테이플러는 3개인가 4개를 뽑은 것 같았다.
처치를 마치고, 원무과에 들러, 진단서와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이것저것 떼었다.
"심낭의 낭종을 제거함"
수술 기록지에도, pericardial cyst를 제거함이라고 쓰여있어서 이게 뭔지 찾아봤더니,
심막낭은 희귀하고 양성적이며 선천적으로 캡슐화된 심막낭이 심막에 이식되어 심막강과 연결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약 1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모든 보통 낭종의 13-17%를 차지한다[24].
Pericardial cysts are rare, benign, congenital encapsulated cysts implanted on the pericardium and are not connected with the pericardial cavity. They occur in approximately one in 100,000 individuals and constitute 13-17% of all mediastinal cysts [24].
생각보다 희귀한 걸로 수술했구나라는 걸 또 다시 알게 되었다.
흉선 낭종이나 흉선종보다 더 희귀한 것이라는 것도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다.
흉선종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꽤나 쫄렸는데, 그것보다 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야하는 건지...
그리고 흉선의 낭종에서 주 진단명이 심낭의 낭종으로 변경 되었다.
그리고, 다음 달 21일 추적 관찰을 위한 외래 예약이 추가로 잡혔다.
수술 받고 나서 느낀 점
- 돈 없으면, 대학병원 의사 얼굴 보는 것도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 수술에 대한 결과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듣진 못했다. 이건 좀 아쉽긴 한데... 수술에 대해 뭔가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입원 했을 때도, 퇴원 하고 외래여도 못들었다. 동네 병원이라면 좀 듣고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할텐데....
(이건 네 몸에서 나온 물혹이다. 그리고 이거 떼니까 이전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되었어라던지 등의...)
- 진료비가 12,000원/분 같은 느낌이다.
- 대기하면서 꽤 많은 암환자, 암으로 판정 내려진 환자들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나이가 젊은 사람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암 앞에선 다 똑같이 얼굴에 어둠이 내리는 것은 매 한가지인것 같다.
- 엄마와 짝의 걱정을 내려두었다. > 이게 가장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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