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마음의 연고를 바르기는 어느 덧 두 달이 흘렀다.
진료가 잡힌 5월 7일,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이지만, 하루 휴가를 내고 조금 여유있게 보내고 싶었다.
자리에서 느적하게 일어나고, 뭔가 아무것도 안하지만, 그냥 기분 좋은 그런 날...
그리고 마음 그리고 나쁜 생각을 거를 수 있는 필터가 얼마나 더 잘 작동하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확인 할 수 있는 그런 날
음... 일단 진료는 11시 20분인가 30분이었고, 병원은 회사 옆에 있다.
여의도는 11시부터 점심시간인지라, 회사 직원과 마주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시간이다.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병원을 드나들 때 알아보는, 그리고 마주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와이프의 재택근무가 조금 느적하게 끝나고, 버스 배차시간이 제법 아슬아슬한듯 싶어,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오늘은 병원에 대기중인 환자분들이 그리 많지 않으셨다.
한 10분에서 20분정도 대기하고 있다가, 내 이름이 불리워졌다.
오늘도 함께 같이 한 와이프도 진료실로 들어왔다.
진료는 3주간격으로 보고 있어서, 3주동안 있던 일들을 우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우선 한달 반 정도 현재까지 먹고 있는 약들이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어, 이제 처음 병원을 들러 이야기 했던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요즘도 일이나 다른 사람들 그리고 방해되는 것들이 있다면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지 않으시나요?
네....
그래도,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요. 아직 실수하는 부분도 많고, 머리가 잘 정리되지 않네요.
가장 힘든 부분은 머릿속에서 일들의 순서를 맞추는 부분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시군요.
자 이제 이러한 증상에 대한 약을 써보고자 해요. 지금 먹는 약에 약 한 알을 추가해서 먹을껀데요.
이 약은 지금은 가라앉혀주는 약을 쓰고 있어서 안정되지만, 이 약을 먹으면, 뭔가 화가 잘 나고, 욱욱하는 것이 올라올 수 있어요.
그리고 식욕이 없어짐과 동시에 불면증이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식욕이 없어짐은 이 약의 효과가 잘 듣는다는 것의 반증과 같은거에요.
와 진짜요?
우선 가장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보고, 약의 효과가 잘 듣는지를 확인하시려면 약을 먹을때와 먹지 않을 때를 나눠보세요.
저는 주말에는 약을 드시지 않아보고 생활하심을 겪어보시고, 주중에는 약을 드시고 생활해보심을 추천드려요.
이 약은 천천히 몸에서 퍼져서 약이 꽤 오랫동안 몸에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만든 약인데요. 약발이 떨어지면 급격하게 지치거나 졸릴 수 있어요.
네, 그럼 오늘부터 먹을까요?
아니요. 지금 먹으면 수면에 방해가 될테니, 오늘은 건너뛰시고 내일부터 드세요.
약이 요즘 수급하기가 힘들어서 잠시만요. 이 약이 재고가 있는지 확인해볼게요.
그리고 약을 먹고 뭔가 부작용이 생긴다거나, 약 효과가 잘 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든 전화해서 저에게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우리 또 언제볼까요?
이번에도 3주 뒤로 봐도 될 것 같아요.
네 그럼 그러시죠. 이번 달 말에 만나시는거로!
일단 ADHD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리고 와이프가 최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상담해주셨다.
일본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와이프가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나는 그 일을 그만 두고, 하고 싶은 취미활동이나, 한국에서 더 많은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공부하길 원했다.
의사선생님은 다른 면으로 내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지금 아내 분이 그 일을 그만 두시면, 내가 벌어서 내가 쓸 수 있는 주머니 하나가 사라지는데, 이러면 우울해지실꺼에요.
아내분이 차분히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시게 하고, 제 입장은 올해를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보신다거나 어떤걸 해보시는걸 추천드려요.
와이프도 의사선생님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는 수긍하는 눈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30분정도가 흘렀다.
병원비는 3만원 남짓 정도, 하지만 3만원을 들이고 이러한 마음의 평안과 응원해주는 사람의 조언을 듣는 시간이라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료와 약을 받고, 여의도에서 볼일을 보고 나니, 12시 30분정도가 되었다. 여의도에서 밥먹기는 너무 비싸니,
집 근처에서 밥먹기로 하고, 거래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거래소 앞 이팝나무 가로수는 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부산히 회사로 복귀하는 사람들
사실 나도 휴가를 쓰지 않았다면 저 무리들에 일원이었으리라...
버스가 도착했고, 이대에서 내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메뉴를 묻길래
샐러드가 먹고 싶다고 하니, 왠일임? 이라고 받아치는 와이프

그래서 포케를 한대접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처방받은 그 약을 꺼내어 사진을 찍어본다.

상품명보다 더 큰 이 약의 특별함을 나타내는 붉은색 문구...
그렇다 이 약은 콘서타라는 약이다.
저용량으로 8일부터 시작해서, 지금 글을 쓰는 오늘이 1주일 째다.
증상이 있는 환자가 먹어본 바로 느낀 점은
1. 첫날(5월 8일-5월9일)엔 12시 반에 자서 4시에 일어났다. 피곤하지 않았다.
2. 6시 반에서 7시즈음 챙겨먹는 약과 함께 먹는다. 이러면 회사에 도착할 시점에 약효가 발휘되어, 이전에 희뿌연 머릿속이 맑아진 느낌이다.
3. 커피와 함께면 더 맑아지는 기분이든다.
4.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고 미룬 일들을 그냥 한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 일을 해낸다.
5. 뭔가 적기 시작한다.
6. 이전엔 있던 일들의 보고를 아무 생각없이 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말의 순서가 엉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를 못시키는 경우)
지금은 소리를 내기 전에 머리에서 정리되어 말하게 된다.
7. 감정적인 사람일꺼라 생각했는데, 감정적인 기분보다는 조목조목 조지는 성격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업무를 예를 들면, 이전엔 다 주세요. 라고 이야기하고 앓았을텐데, 지금은 내가 전후사정을 모르는 일이고, 이게 과연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맞는지부터 물어본다. 물론 내가 관여했던 일들이라면 당연히 이해를 하겠지만
8. 화요일까지 느끼지 못했지만, 수요일부터 느끼는 부분인데, 저녁 8시즈음 되니, 배터리가 방전되어 급격히 힘든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진작 치료를 받아볼껄 이라는 후회스러움과 함께,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더 큰 상승을 위한 잠시의 조정기간이라 생각이 든다.
고맙다. 콘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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